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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44

어둠의 저편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엔짜리 지폐 다발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같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불이 '오, 이건 칸트로군'이라든가, '이건 요미우리의 석간이군'이라든가, 또는 '야, 이 여자 젖통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건 아니잖아. 불의 입장에서 볼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 2006. 2. 11.
어둠의 저편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문학사상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인 자정무렵부터 다음날 아침까지의 대략 7시간에 걸쳐서 각각의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개인적인 그러면서도 서로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 시작은 서로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한 남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이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 내고, 그 만남이 또 다른 대화를 이끌어내고, 그러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겪고 있는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바로 전 작품이였던 '해변의 카프카'와 동일선상의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듯하다. 읽으면서, 이건 무슨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걸까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 자체를 즐길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한번밖에 읽어보지 .. 2006. 2. 11.
암리타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리 많이 읽은 편이 아니여서, 그리고, 그중에서도 '암리타'는 들어본적이 없어서(나만 몰랐을뿐, 많이 알려진 책이긴 했지만..) 읽어보고 싶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NP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바나나 만의 사고와 감성을 다시금 접해보고 싶었다는게 맞겠지만.. 기대한 만큼의 내용, 생각지 못했던 전개, 그리고 이런 점들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모습이라는걸 느끼게 됐다. 신비주의라고는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낀건, 모든건 영원하고, 단지 변화할 뿐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변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언제나 그대로다. 변화할뿐 자기 자체가 다른 존재로 바뀌는 건 아니니.. 그런 이야기 였다고 생각한다. 좀 더 특별한 경우의 .. 2006. 2. 11.
댄스댄스댄스 "내가 이혼하고 싶어서 이혼한 건 아냐. 그녀쪽에서 어느 날 돌연 나가버린 거야. 남자와 함께" "상처 받았어요? .. 중략 .. 그것뿐이에요? " "그런건 만성화 된다고. 일상 생활에 함몰해서 어느 것이 상처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지. 상처라는 건 그런 거야. 이거다 하고 끄집어 내어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이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건 대수로운 상처는 아냐." 2006. 2. 11.
악마와 미스프랭 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동네 '연금술사'가 한창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을때 처음으로 접하게 됐던 파울로 코엘료의 또다른 작품 '악마와 미스프랭'. 이제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낙후된 마을에 찾아온 낯설은 이방인의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제안을 놓고 벌어지는 선과 악의 사투는 책을 읽는 내내 현실속의 나와 이상적인 세상을 바라는 나 사이에서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절대악, 절대선 과연 무엇이 옳은걸까? 마치 성선설과 성악설사이에서 사람들의 이견이 오고가는 것처럼, '악마와 미스프랭'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볼 꺼리가 많은, 그러면서도 그 선과 악의 다툼이 벌어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에 지루함 없이 .. 2006. 2. 11.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원작이 소설이지만, 영화로 먼저 접하고 그 느낌이 좋아 원작을 찾아 읽게 됐다. 때로는 이런 영화의 각색이 원작과는 달라진 부분이 많아서, 원작소설을 읽다가 종종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영화와 원작소설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영화든 소설이든 어떤 한 작품을 먼저 접한 사람은 또 다른 작품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을것 같다.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마법과도 같은 약속을 한편의 사랑스러운 동화처럼 혹은 현실속의 로맨스로서 매끄럽게 그려내고 있기에 읽는 내내 그 행복함과 안타까움이 마음에 가랑비처럼 스며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깊이 공감하는건, 두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사.. 2006. 2. 11.
NP 죽은 사람의 이름이 다른 사람 입에서 흘러나오면, 늘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풍경에 녹아들어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06. 2. 11.
시간의 옷 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 지음, 함유선 옮김/열린책들 시간의 옷은 폼페이의 멸망이 미래의 누군가로부터 아름다운 고대도시를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생긴 하나의 계획적인 음모라는 독특한 주장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사실을 무심코 언급하게된 작가(책속의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는 결국 폼페이의 멸망을 만들어낸 미래로 끌려가게 되고, 그 안에서 작가는 미래의 과학자와 대화로서 대결?을 하게 되는 것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이다. 현대를 비판하기도 하면서, 그런 현대사회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소설속의 미래를 비판하기도 하고, 고전을 찬양하면서도, 또 다른 고전에 대해선 무시를 해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소설속 두 주인공의 독설이 섞인 대화내용은 노통브만의 매력을 변함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 2006. 2. 11.
웨하스 의자 나와 동생은 죽음은 평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은 언젠가 우리를 맞으러 와줄 베이비시터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철모르는 갓난아기인 것이다. .. .. 다음에 애인을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줘야 한다고.. 자유 따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2006. 2. 11.
키에르 케고르 키에르 케고르..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2006.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