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문학사상사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마치 '상실의 시대'의 후속편 같은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배경도 틀리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비슷하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상실'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큰 차이일 것이다. 이야기의 초,중반까지는 상실의 시대나 다른 그의 작품들처럼 사회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였다면, 이제 그런 것에서 벗어나, 다시금 일어서려 하는 모습을 담고 있기에, 한동안 이어져왔던 하루키소설속의 주인공이 또 다른 성장을 겪는다고도 보여진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감수성의 변화 때문일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좀 밋밋하게 읽혀졌다. 구성이나 결말..
2006. 11. 2.
어둠의 저편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엔짜리 지폐 다발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같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불이 '오, 이건 칸트로군'이라든가, '이건 요미우리의 석간이군'이라든가, 또는 '야, 이 여자 젖통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건 아니잖아. 불의 입장에서 볼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
2006.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