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짧은서평

개인이 바라보는 그들만의 시선.. '핑거포스트 1663'

by 이와.. 2008. 2. 19.
핑거포스트, 1663 1 - 10점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서해문집
핑거포스트, 1663 2 - 10점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서해문집

핑거포스트, 1663은 16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자 동시에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와 관련된 네명의 증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기술해나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네명의 입장을 통해서 제대로된 진실을 알기 위해선 각 인물별로 설정된 부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듯 싶다.

시장의 우상(언어, 개념을 잘못 사용하는 데에서 오는 오류. 사회생활하는 데서 생기는 편견. 이는 인간들이 사회생활하면서 사용하는 언어가 빚어내는 편견임) - 마르코 다 콜라의 증언

동굴의 우상(개인적 편견에서 생기는 오류.  종족의 우상과 대조되는, 개인적 편견. 즉 각 개인이 타고난 성격, 자란 환경, 받은 교육 등 에 의해 형성된 편견. 마치 동굴에서 밖의 넓은 세계를 보려는 일이나 다름 없음) - 잭 프레스콧의 증언

극장의 우상(전설, 교의 등 이른 바 전통적인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 자신이 보고 생각하는 바에 따르기보다 권위나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생기는 편견)  - 존 월리스의 증언

핑거포스트 - 앤소니 우드의 증언
위의 부제들의 제목은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우상론에서 따온 제목들인데, 사실 마지막 챕터인 '핑거포스트'는 우상론과 상관없는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표지판'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앤소니 우드의 증언만이 어떤 오류나 편견을 이야기하는 우상론의 이름이 아닌 '핑거포스트'일까.

그것은 앤소니 우드의 증언이 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가장 진실에 가깝고 핵심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 관해서 각자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선과 그로 인해 생기는 오류들.. 핑거포스트 1663은 그런 이야기들의 충돌과 반전 등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하나의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새로운 입장을 계속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 드러나는 각 인물들의 진실과 사건속에 숨겨진 내막.. 그리고 다른 이들의 증언에서 빠져있었거나, 그들의 증언을 다시 재고해봐야 하는 것들이 드러나면서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드러낸다.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분류를 하면서도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를 느끼기엔 추리소설로서의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각 인물들의 시선과 진실과의 괴리를 통해서 사건을 다시금 재구성하는것이 더 큰 재미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재미를 완벽하게 느끼진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 시절의 역사적인 배경을 좀 흘려넘겨가며 읽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몇번 읽어보면서 얼핏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역사소설로서의 재미또한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이런면에서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