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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감상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by 이와.. 2006. 10. 16.

다른 제목 :  우행시



감독 :  송해성



출연 :  강동원(사형수 정윤수), 이나영(문유정)  



국내 등급 :  15세 관람가



공식 홈페이지 :  해외 http://www.happytime2006.com/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수녀에게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교도소 만남의 방.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유정이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준 서로가 더 없이 소중하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램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가을에 개봉하면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 우행시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부하다. 진부하지만, 사람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고, 그렇다고 울음을 쥐어 짜내는 그런 신파조도 아니다. 진부하다는 것은 영화속 상처받은 인물들의 설정과 그들의 관계과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흔하디 흔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 소설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죽음, 그들만의 염세적이면서도 묘한 쿨함(?)이 있듯이, 우행시는 한국의, 좁게 보면 공지영의 이어지는 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정들이기에 진부하다.



그렇지만, 그걸 영화로서 살려내는 송해성 감독의 연출은 그런 진부함을 알맞게 재구성했다고 보여진다. 적절히 등장하는 회상장면과 그 이후에 현실속의 장면들의 이어짐은 진부함에서도 감정을 이입하고 눈물을 흘리게끔 만드는 자연스러움을 살려냈다. 거기에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버린 이나영의 당찬 연기(생각보다 느낌이 강해서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지만..)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강동원의 모습은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여기저기서 사형수로 등장하는 강동원은 어울리지 않을것이라는 염려가 많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지금 생각하면 그런 소문들 조차도 강동원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전이 아니였을까 하는 음모론도 떠올려본다. ^^;;), 나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에 후회하며 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사형수의 모습이라면 강동원에게도 잘 어울릴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우행시.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면서도 스스로 담을 쌓아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그 벽을 허물고 누군가를 이해하며 사랑하게 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퍼질 수 있으며 행복해질수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였다. 가을에 보기엔 참 좋다. 날이 좀 더 추워진다면 더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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