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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by 이와.. 2018. 2. 8.
무엇이든 쓰게 된다 - 10점
김중혁 지음/위즈덤하우스


2018년 2권..



난 하루키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의미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의 에세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난 김중혁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의미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의 에세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서점에서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을 담았다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보게 됐다. 좋아하지만, 언제 신작이 나오는지 찾아볼 정도는 아닌가? 요즘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처럼 내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무엇이 언제 나올지를 찾아보고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확실히 줄었다. 이러든.. 저러든.. 어떠하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으면 읽어볼 뿐.. 

서평을 쓰면서 하루키와 김중혁을 거듭 언급 한 것은.. 본인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난 그 둘에게서 유사한 지점을 느끼며 하루키와 함께 김중혁의 글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에 굉장히 밀접하게 다가가 관찰하고 있으면서도 글을 읽다보면 또 그 이야기 혹은 대상 그 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의 문장이 좋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라는 옛 개그 유행어가 문득 생각난다. 그걸 아는 문장을 쓰는데.. 뭔가 그래 같은 표현으로 쓴다고나 할까.. 이렇게 적으면서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는건데.. 사실 난 지금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서평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책 이야기를 못하고 내가 생각한 글의 분량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아하! 지금 이 책으로 인해 이렇게 무엇이든 쓰고 있나보다.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창작의 도구들’, ‘창작의 시작’, ‘실전 글쓰기’, ‘실전 그림 그리기’, ‘대화 완전정복’.. 책의 구성이 좋다. 

창작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역시 난 이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도구들이 등장하고, 내가 모르는 도구들도 그의 문장을 읽으며 구하고 싶어진다. 이른바.. 장비병을 자극한다. 일류는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은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경지에 오르면 아무거나 쥐고 있어도 그 경지를 구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무거나 가지고도 오를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도구 가지고 시작해서 나쁠거 있나.. 그래서 재밌게 읽혔다. 

창작의 시작에서 글의 시작부터 날 푹 찌르는 문장이 나왔다. 

57쪽 마지막 대목을 ‘교훈’이나 ‘반성’으로 끝내는 글도 믿을 수 없다. 간단한 반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세 가지 기준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글쓰기의 함정은 세 번째일 것이다. 

읽으며 반성했다. 일기든 무엇이든 시작때 내가 느낀것과 생각을 쏟아 낸 후에.. 괜히 반성하며 마무리하던 모습에서 무언가 어긋남을 느껴왔었기 때문인가 보다. 

실전 그림 그리기도 좋았다. 아무래도 교사이다보니 최근에 비주얼씽킹이라는 것을 활용하게 되는데.. 비주얼씽킹 관점에서의 설명이 아닌 작가가 던지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각자의 전문가가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마지막 대화 완전정복에서 책의 표지 이야기에 관한 대화에서 좀 더 잘 다루어지고 있으니 관련지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 중간 중간에 여러 유명인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몇몇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책의 거의 마지막에 독일의 교육학자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라는 전혀 몰랐던 분이 했던 말이 등장한다. 교사이다보니 그냥 넘길 수 없고, 또 실제로 인상적이어서 옮겨 본다. 

286쪽 창의성에 대한 잘못된 기대가 우리를 벽에 부딪치게 만든다고 했다. 

이 문장을 가지고 김중혁은 이렇게 말한다.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 남들과 다른 어떤 것을 만들려고 하는 순간, 스스로 벽을 세우는 셈이다. 특별할 필요가 없다. 오래 하다 보면 특별해진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특별하고, 시간과 함께 만든 창작물은 모두 특별하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정말 나에게 지금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 앞서 적었듯,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서평인지 뭔지 모를 뭔가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추신.. 책의 중간에 신영복 선생의 담론 중 하나가 인용이 되는데, 그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으로서도 교사로서도.. 그 부분은 굳이 이 서평에 옮기지 않겠다. 책을 사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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