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배우와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설정상 본시리즈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첩보 액션 영화에서 본시리즈가 구축한 아우라가 너무 크기에 사실 왠만한 헐리웃 첩보물 영화들도 부족해 보일때가 많았으니, 베를린에 대해서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면에서 완성도에 대한 걱정이 생긴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드러난 결과는 어떨까? 이 정도면 못해도 80점 이상의 점수를 줄 만한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인물들간의 상황에서 물고 물리는 시나리오와 그걸 긴박하게 뽑아낸 연출력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거기에 더해지는 각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함 없이 배우들간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도 느꼈다.
다만, 아쉬웠던 건, 국정원 요원으로서 등장하는 한석규의 시나리오상의 위치나 비중이 다소 애매하게 혹은 약하게 느껴졌다는 점과 하정우와 전지현의 애틋한 감정이 왠지 모르게, 정통 첩보영화에서 갑자기 한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감정을 막바지에 그렇게 절절하게 다루기 보다는 좀 더 건조하게 나갔어도 좋지 않았을까..
90년대 후반 한국영화를 대표했던 쉬리를 떠올려보면 베를린은 분명 진화하는 한국영화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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