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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앨범감상문

노래장이 이소라의 7번째 앨범

by 이와.. 2009. 1. 18.
이소라 7집 [통에 든 포스터 증정] - 10점
이소라 노래/Mnet Media


이소라의 음악을 듣는게 얼마 만이더라. 오랜 시간이 흘러오면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기대되는 여가수가 이소라인데, 꽤나 오랜만에 새로운 음악으로 만나게 되는것 같다. 앨범 부터 최근에 나오는 앨범들에 비해서 이래저래 정성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물씬 나는것 같아서 참 좋았다. 정성이 들어갔다는 말과는 반대로 노래 전체의 곡제목을 짓기가 힘들어서 곡의 제목 없이 track1,2,3 이런식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은 좀 설렁설렁해 보이지만, 제목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말하는 것이니깐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노래 제목 잘 못외우는 나에게는 더 편하기도 하고.. 그래봤자, 몇번 트랙인지도 잘 외우지 못하겠지만..

일단 앨범의 첫번째 트랙.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읊조리듯 반복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같은 스타일은 아니고, 이번 앨범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는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특별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늘 같은 노래, 뭔가 같은 리듬, 알것 같은 음들, 한결 같은 말.. 좀 틀려도 돼, 얼른 같이 해봐, 은근 쉬워 해봐..'라는 가사에서도 느껴지듯 이번 앨범은 무언가 천편일률적인 뻔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들리는 정순용, 정지찬 등의 곡작업 소리 또한 괜히 정겹다. 어떤 앨범에는 좀 가식적이다 싶을 이런 작업소리가 들어가기도 하던데, 그런거 말고 이런식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있는 곡작업 소리를 들을때면 왠지 나도 녹음실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두번째 트랙에서 가장 반가운건 이소라가 앨범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조규찬의 코러스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라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곡을 살려주는 조규찬의 명품 코러스. 한때는 여러 앨범에서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소라의 앨범에서 이리 오랜만에 들으니 그 역시 기쁘고 반가웠다.

세번째 트랙은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라는 희망적인 가사 때문인지 슬플때 들으면 좋을것 같다. 희망을 강요하기 보단, 힘들때 힘내라며 어깨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앨범감상을 쓰기위해 처음부터 음악을 한곡 한곡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중인데, 중간에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도 좋다.

네번째 트랙은 믹스작업을 한 곳이 날라가고, 보컬 소리만 크게 남아있는 초중반부의 노래가 들려오는데, 이 노래를 이 곡에서 빼려다가 이 노래를 녹음할 당시의 기분을 살려서 다시 녹음할 수 없을 듯 해서 적당히 볼륨조정을 통해 실리게 된 곡이라고 하니, 이소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곡의 가사와 함께 그 당시 그녀의 감정을 떠올려 보며 들으면 좋을것 같다. 그렇다고 보컬만 들리는 건 아니고, 기타소리와 어울려져서 들려오니, 어떻게 보면 라이브카페 같은 곳에서 듣는 음악같은 분위기도 느낄 수 있을듯 하다.

다섯번째 트랙은 시를 음악으로서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차분하게 들려오는 노래의 시작부분에서 부터 노래 중간의 간주 때부터 들리는 기타소리 이후에 곡이 점점 더 절정으로 치고 올라가는 이어짐도 좋고, 이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소라는 정말 음악을 하려고 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섯번째 트랙을 들으면서 친구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봤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는데에도 우리끼리 보고 있으면 고등학교 시절이나 크게 바뀐게 없는것 같다고.. 좀 더 비약적으로 표현하면 어린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때 나란 사람은 여전히 나인것 같다고.. 물론 따지고 보면 이것저것 참 많은게 바뀌었겠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나의 본질은 그대로 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노래를 듣다보면 그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여기 아냐 거기 어디든 나있는 곳 지금.. 여기 아니 거기 어디든 다.. 여기 아니 거기 어디든 나'라고 노래하는 이소라의 목소리가 다시금 그 생각을 떠올리게 해준다.

일곱번째 트랙은 이소라 본인이 꾸밈없이 아픈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그걸 생각해가며 노래를 들으면 좋을것 같다. '다 외로워.. 그래요.. 너 없는 나.. 눈을 뜨면 다시 잠을 자.. 난.. 난..'란 가사와 어우러져 앞서 이야기한 꾸밈없이 아픈 목소리로 부른 이 노래는 사랑으로 인한 애절함이 짙게 묻어 나오는 곡이다.

일곱번째 트랙에서 굳이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곡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번 앨범 전체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이소라가 느끼는 삶의 여러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곡과 가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였는데, 여덟번째 트랙도 그런 트랙 중 하나이다. 한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노래 부르는 것이 덧없게 느껴지기도 했다던 그녀지만, 이렇게 노래를 듣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그녀가 있어서 좋다.

아홉번째 트랙은 이번 앨범에 대체로 그렇지만, 기타소리와 어우러지는 도입부가 좋다.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는 진지한 가사와 그걸 표현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작지만 경쾌하게 들려오는 기타소리를 듣고 있으면 노래의 주제가 주는 무거움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열번째 트랙은 정지찬이 꿈속에서 만난 이름모를 여인과의 헤어짐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에 남아서 만들어진 곡이라는데, 가사나 멜로디 등 전체적인 분위기도 좀 몽환적이다. 그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반복되어지는 기타 멜로디가 특히나 마음에 든다.

열한번째 트랙은 인연 혹은 운명에 관해서 이야기 해주는 곡이다. 자신을 노래쟁이라고 확실히 말하고 있는 이소라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자니 참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걸로 부러워하지 않을 내가 되야 할텐데, 지금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도 그만큼 반성해야 할 면이 있다는걸 느끼게 된다.

열두번째 트랙은 세번째 트랙을 같이 작업한 여러 사람들과 같이 부른 노래인데, 첫번째 트랙의 중간에 들어간 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렇게 다같이 부르는 것을 들으니 왠지 더 편하고 좋다. 꽉 짜여진 느낌이 아니라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같이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트랙인 열세번째 트랙은 첫번째 트랙의 후반부의 반복인데,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번 앨범의 성격을 말해주는 곡이기 때문인지, 마지막 마무리로도 참 좋다.

앨범 전체적인 느낌은 뭐랄까. 한편의 에세이를 혹은 시집을 감상한 느낌이랄까. 어느 하나가 귀에 확 꽂히는 대중적인 느낌은 오히려 이전보다 약한것 같다. 그런데, 음악은 더 편안하고 좋게 들려온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고 앨범을 만들면서 기울였을 공이 느껴진다. 음식으로 표현하면 진국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지나치게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의 전형적인 곡들은 아닌데, 근데 그렇다고 투박하거나 촌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세련되고 깔끔하다. 말이 이상한가.

분명한건 이소라는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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