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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가네시로 가즈키 '영화처럼'.. 단편의 형식을 빌린 장편소설

by 이와.. 2008. 11. 28.
영화처럼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영화를 보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으나 공감할 수 없을때 그 대상이 되어줄 수 도 있을테고.. 또 한편으로는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누군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매개체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시간을 넘어서서 때로는 세대를 이어주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영화처럼'은 그런 영화의 특성을 이야기에 잘 녹여낸 작품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장편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책의 첫 부분에 나온 다섯편의 영화제목이 각 부분의 소제목인줄로만 알았는데, 두번째 부분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세번째, 네번째 편을 읽으며서 그리고 마지막 '사랑의 샘'을 읽으면서 이 책이 단편소설 형식의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각 장마다 다섯편의 단편들을 통해서 그리고 중간 중간에 그 안에 내용이 이어지게끔 연결해 놓음으로써 '영화처럼'이라는 하나의 장편소설로서 완성이 되는 구조이다. 그래서인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이 항상 그러했지만, 짧은 단편으로서도 이야기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면서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다 읽고 나면 전체적으로 가슴이 찡해지게 된다.

각 장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그야말로 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일교포라는 설정과 그 중에서도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의 제목은 '태양은 가득히'. 영화를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두 친구의 끊어질듯 하면서도 기구하게 이어져가는 우정을 통해서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그리고, 남편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면서 자살을 하게 되고, 홀로 남게된 한 여인의 이야기의 제목은 '정무문'인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던 이 이야기 역시 그녀가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금 일어서서 진실을 찾기 위한 힘을 얻어가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른 이야기들도 이런 식으로 제목과 이야기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읽어간다면 읽고 난 후에 감흥이 좀 더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편인 '사랑의 샘'까지 읽고 나면 꽤나 '로마의 휴일'이 보고 싶어질꺼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프랑스 영화는 별로인가 하는 좀 웃기는 생각도 하게 될것 같다.

물론 이야기 중간 중간 너무 극적이다 싶을 정도의 내용이 이어지기도 하므로 유치하고 작위적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로 비교해 보자면 Go, 레볼루션No3 같은 작품에 연애소설의 느낌이 접목된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각 단편들속 인물들이 '로마의 휴일'이라는 하나의 영화로 간접적으로나마 이어지는 것을 통해서,  단 하나의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그것을 접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각자 다른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들 과의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끔 해준다는 것이 좋았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피하고 싶어할테고, 소통하고 공감할 누군가를 찾고 싶어할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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