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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by 이와.. 2008. 12. 29.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10점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다산책방

초등학교시절.. 혹은 누군가에겐 국민학교 시절이였을 그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싶어했던 때가 있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몇번 그런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집근처 슈퍼마켓에서 로보트 장난감이 들어가있는 과자 하나를 훔칠 때 이다. 주인 아주머니한테 걸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이 소식을 부모님이 알게 됐을때와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알게 되면 도대체 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 거렸던 것이 떠오른다. 일을 벌이기도 전에 떠오른 그런 상상들 때문에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나에게도 또렷이 들릴 정도로 긴장하고 떨었으면서도, 그 때의 난 결국 그 과자를 훔치려고 집어들었었다. 그후의 결과는?

아주머니에게 걸렸던 건지 결국 그 과자안에 장난감을 손에 못 넣었던 것만이 기억이 난다. 걸렸다면 어떻게 된건지.. 그 후의 기억이 가물가물 한걸 보면 어떻게 잘 넘어가긴 했던것 같은데, 걸린 이후보다 그 이전 기억이 이렇게 또렷한걸 보면 아직도 가끔 그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사람은 죄짓고 못산다'라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그리고 더 큰죄를 지으며 살아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왜 이렇게 자기 스스로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잘못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견물생심이라고 하던가. 그만큼 사람이라면 눈앞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서 100%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쪽으로 한발을 내딛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것 같다. 서론이 길었는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책을 읽게 된 이유가 제목을 통해서 자연스레 떠올랐던 앞서 이야기한 어린시절의 기억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특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물건을 훔친다면 기껏해야 가게에서 과자 같은거 라던지, 혹은 문구점에서 학용품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훔치거나 규모가 커진다고 하면 부모님 돈에 손을 대는 정도일텐데, 난데 없이 개를 훔치는 아이라니 말이다. 도대체 주인공 아이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개를 훔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걸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답은 책을 읽으면서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주인공 조지나는 자동차에서 어머니 그리고 어린동생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별다른 것도 남기지 않고 가족에게서 떠나버리고, 나머지 식구들만 덩그러니 남게 되버린 것이다. 조지아의 어머니는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느라 아이들의 자존심 까지 챙겨줄 여력은 없었고, 철이 없는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챌 뿐이고, 조지아는 그런 상황을 감추고 싶어서 노력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긴,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그런 상황은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였을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보단 사소한 잘못 하나라도 눈에 띄게 부각 되기 싶고, 조지아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걸렸을 때에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걸리게 되고, 그로인해 그 친구는 점점 조지아에게서 멀어진다. 그리고 학교 생활 역시 힘들어지게 된다. 그때 조지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잃어버린 개를 찾으면 보상금을 주겠다는 전단지 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조지아는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자신만의 최선의 방책을 세우게 된다. 바로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만큼 잘 사는 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는 개를 훔쳐낸 후에, 보상금 전단지가 붙으면 그때 개를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조지아는 자신의 공책에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제1단계는 개를 찾는다는 건데, 그 중에 세부 조건으로는 짖지 않아야 하며, 물지 않고, 보상금을 낼 수 있는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어야 하며, 때로는 혼자 있는 경우가 있는 개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라 하루 하루 계획을 실행해 가면서 그 계획서는 2단계, 3단계에 걸쳐서 점점 더 꼼꼼해지고 철저해진다.

그렇지만, 계획이 꼼꼼해질 수록 조지아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이런 모습은 철없다고만 여겼던 동생의 한마디로 인해서 더욱 극대화 된다. '누나 정말 나쁘다.' 자신 혼자서는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고 생각해 동생에게 집안 사정을 이야기 해가며 같이 이 계획을 실행해 나가자는 동의를 얻고 동생도 협조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동생에게는 그런 상황을 넘어서서 직관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을 조지아에게 꼬집어 낸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잘못된 일인걸 알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내세우며 애써서 자기 합리화를 할 때에도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무엇이 옳은지를 분명 알고 있듯이, 동생은 조지아에게 있어서 그런 마음속의 양심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한번 시작한 일을 멈추는 건 앞서 이야기 했듯 쉽지가 않다. 게다가 상황이 절박하면 할수록 그 반대편의 이익에만 눈이 머는건 분명 조지아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조지아는 점점 더 꼼꼼히 계획을 세워가며 일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이야기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인 부랑자 '무키 아저씨'가 등장한다. 훔친 개를 숨겨둔 숲속의 외딴 장소에 불쑥 나타나서 조지아를 당황시키더니, 나중엔 조지아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다 알면서도 그걸 꾸짖기 보단 다른 행동들을 통해서 조지아에게 가르침을 주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바로 '때로는 휘저으면 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라는 말이였던 것 같다.

이젠 멈출 수 없을 것 같다며 스스로를 재촉하며 계속해서 나아가던 조지아에게 건네는 충고의 말이자 우리 모두에게 작가가 한번쯤 생각해 보라며 던져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말을 들은 후 얼마 안가서, 조지아는 무키 아저씨가 모든걸 알면서도 자신들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훔쳤지만 너무나 사랑스러?던 윌리와 그런 윌리를 애타게 그리워 하던 아주머니를 통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잘못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계획의 마지막 단계였던 '개를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는다'에서 조지아는 그 완벽한 계획의 틀어버리고 만다. 계획은 틀어진 셈이지만, 조지아에겐 그 순간 할 수 있었던 그렇지만 가장 하기 힘들 수도 있었던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어린 조지아는 그 선택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보니 그 시점에서 조지아의 집안 사정도 이야기의 처음보다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가서 너무 갑작스레 해피엔딩이 된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청소년 문학으로 유명한 작품이니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론이였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조지아의 그런 선택은 이야기로는 쉬울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자라나는 아이들은 하나의 경험으로 그 이후의 미래가 크게 바뀌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이런 조지아의 선택을 접함으로써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친구 같으면서도 선생님 같은 느낌인 듯 하다.

게다가, 청소년 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문학이다보니 정말 힘들 수 있는 조지아의 상황에서도 우울함 보다는 아이의 시점에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을 재치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가볍고 재밌게 읽으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자연스레 교훈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다룬 책이다 보니 어른들이라고 해도 읽어보면 좋을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 청소년 문학작품들을 느끼면서 든 생각인데, 왠만한 어른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보다는 어느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던 좋은 책들을 찾아 읽는 것이 삶의 깨달음을 얻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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