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엇갈린 사랑 '미인도'

이 포스터는 별로 못 본것 같은데.. 느낌이 좋다.

4대째 이어온 화원 가문의 막내딸이자 신묘한 그림솜씨로 오빠 신윤복에게 남몰래 대신 그림을 그려주던 7살 천재 윤정. 평범하던 그녀의 삶은 어느날 오빠의 자살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뀐다. 그림을 위해 여자를 버리고 오빠 신윤복의 삶을 살게 된 것.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만큼 빼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던 윤복은 자유롭고 과감한 사랑을 그려 조선 최초의 에로티시즘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속화'는 음란하고 저급하다는 질타와 시기를 받는다.

 그림을 위해 남자로 살았던 윤복 앞에 어느날 강무가 나타나고 생애 처음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 사랑 앞에 여자이고 싶었던 윤복, 윤복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그녀의 첫사랑 강무, 제자의 재능을 사랑하고 그의 전부를 사랑하게 된 김홍도, 홍도를 향한 사랑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기녀 설화. 250년간 숨겨진 비밀을 간직한 <미인도>를 둘러싼 그들의 엇갈린 사랑과 치명적 질투는 예기치 못한 불행을 불러온다.

한때는 사극 중 고구려 시대를 연출하는 작품이 참 많았었는데, 또 요즘은 조선 정조시대를 돌아보게 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그 중에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를 담은 tv드라마도 방영중이고 또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미인도'까지 극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미인도라 하면 신윤복의 그림이니 제목 만으로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드러난 셈이다. 김홍도와는 달리 신윤복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이 많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문인지 팩션영화나 드라마의 상상력을 더해주는 좋은 소재가 되나보다. 사실 난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그 두사람이 동시대의 사람이였다는 것도, 신윤복이 단원의 제자였을 거라는 것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야 알게 된 그런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상상력이 더해져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그런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면 안될것 같은 문제지만, 그냥 여기서는 가볍게 영화로서의 '미인도'만을 이야기 하고 싶다.

홍보 때부터 미인도의 영상을 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영화들이 몇편 있는데, 여배우의 과감한 노출이라는 면에서 전도연의 '해피엔드'가 떠올랐고, 눈에 띄는 영상미를 강조하는 듯한 느낌에서 배용준이 나왔던 '스캔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영화는 그 느낌에 어느 정도 맞춰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것 같다. 당대의 화원이였던 김홍도와 신윤복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조선시대 화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기 보단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시절의 우여곡절끝에 '신윤복'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김민선..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가르쳐왔던 김홍도와 우연한 만남 끝에 신윤복과 사랑에 빠지는 강두. 거기에 김홍도를 사랑하면서도 애증을 품게되는 기생 추자연. 이 네사람의 엇갈리는 사랑이 어떤 일을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멜로드라마이고, 광고에서 이야기 한 만큼 농도짙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적당한 멜로에서 나중에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영상으로 여러 장면들을 표현해 내는 것 만큼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많이 홍보해던 부분 외에 오히려 신윤복이 강두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여러 그림들을 그리게 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이런 우리 나라의 예술가 장인등을 소재로한 영화가 나와도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것은 관객을 끌어드리엔 매력이 약하려나.

어쨌든, 뒷맛이 약간 껄끄럽지만, 그 이전까지는 나름 웰메이드 사극이라고 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 했듯, 화원들의 그림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대는 살짝 접어두고, 조선시대의 사랑을 다룬 사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좀 더 기분 좋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인도 -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