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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수업을 왜 하지?

by 이와.. 2006. 2. 22.
수업을 왜 하지?
서근원 지음/우리교육

작년에 교육청에서 학교장학을 나왔을때 대표수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수업 이후에 장학사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던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동시에 화가 많이 났었다. 보통의 장학 이후 협의회라면 수업자가 왜 이런 식으로 수업을 꾸몄는지 이야기를 들어본 후 그 이후에 수업에 대한 협의를 하는게 보통인데, 그런 과정을 생략한체 자신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수업 의도는 전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장학사의 주관에 맞추어서 내 수업의 질을 저울질 하는게 불쾌했었다. 물론 장학사의 지적이 전부다 틀린건 아니였고, 그중에 몇몇은 내가 분명 반성해야 할 점이였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여러 면에서 자신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내 학급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무시한) 무시한 그 일방적인 지적방식이 틀리다라고 생각했다.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 책은 나의 앞선 경험과는 다르게 지은이가 몇몇의 수업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그 수업에 있어서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리고 그걸 좀 더 개선시켜 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교사로서 수업을 하게 될때마다 접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나 현실적인 문제점 그리고 교사 개인의 문제점에 대해서 깨닫게 해주고,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읽는 내내 그 이전에 어떤 수업협의회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깨우침 같은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참 많이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수업 이전에 또 다른 공개수업에서는 협의회 시간에 이런 저런 칭찬들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순간엔 한고비를 넘겼다는 생각 만으로도 뿌듯했지만, 수업 이후로 금세 '과연 그 수업이 아이들에게 최선의 수업이었는가? 아니면 보여주기위한 최선의 수업이었는가?'라는 자문에 대해서 난 아이들 보단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였다는 결론에 도달했던게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접하면서 계속 그 칭찬받았던 수업을 떠올리며 과연 진정으로 필요한 수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을 하게 됐다. 책에서는 어느 정도의 지은이의 생각을 통해 결론을 내려주고 있지만, 난 이 책을 통해서 나 나름의 수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할듯 하다. 아마 이 책을 다른 선생님들이 접한다면 그 선생님들 역시 이런 좋은 고민을 하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 처럼 아직 교육철학에서 무언가가 확실히 자리잡지 못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선생님들에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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