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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by 이와.. 2016. 11. 12.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10점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반비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골라보라하면.. 단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꼽게 됩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고, 전쟁을 현실속에서 겪으며 그녀들이 느꼈을 것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면서도 침잠하게 되는 제 자신을 보게 됐기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기 보단 마음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듯한 책이었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하면.. 올해가 다 가지 않았지만.. 올해 저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 바로 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원제는  원제 A Mother's Reckoning: 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 라고 하는데, 책의 제목 그 대로 90년대 후반에 벌어진 학교내 총기 학살 사건 주동자 중 한명이었던 딜런의 어머니가 지난 시절을 되새기며 쓴 책입니다. 


학생이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을 때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겠죠. '부모는 도대체 뭘 한 거야?' 이 책은 그 아주 단순한 질문에 대한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을 포함하여 , 그런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어머니의 괴로움과 노력.. 그리고,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의 마음 등을 담고 있습니다. 


17년간 아이를 키워왔고.. 그 사건이후 17년 동안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머니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왔는지를 읽어내려가며 같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나의 모습.. 내 아이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부모라면 그 누구에게나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처절하고도 처참한 슬픔의 느낌을 왜 '가슴이 찢어진다'고 표현하는지 알게 되었다. - 중략 -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묘사였다. 



마침내 청회색 새벽빛이 지하실 창문으로 스미기 시작할 때에도 나는 여전히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딜런에게, 그 다음에는 하느님에게. 평생 나를 괴롭히고 당혹스럽게 만들고, 결국에는 내 삶의 추동력이 될 질문을.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 마음 속에 딜런이 쉴 곳을 찾는 데에는 여러 해가 걸렸다. 그리고 나 자신이 쉴 곳을 찾기 위한 답을 찾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이 정말로 우리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타인의 행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사실 우리가 정말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죽는 게 사는 것보다 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우리 세 사람 다 죽음, 재, 묘비명, 삶의 의미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톰은 자기 마지막 말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끝이라니 감사합니다."



톰은 '딜런이 우리도 죽였더라면 좋았을텐데, 혹은 우리가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나는 자면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잠에서 깨어나는 고통, 이 모든 일이 끔찍한 악몽이 아님을 깨닫는 고통에서 조용히 해방되고 싶었다. 



유족들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양분을 찾지 못했다면, 나도 내가 찾으려 했던 통합을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동지를, 두 번째는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 책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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