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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마음을 무겁게 적시는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by 이와.. 2015. 12. 1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10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문학동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계획없이 들린 서점에서.. 전혀 계획없이 집어들어봤고.. 그래.. 한 번 쯤은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의 책도 읽어보자 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손에 들고 나온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그 우연과 돌발적인 선택이 나에겐 좋은 우연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본 사람이니 작가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아는 척 하는 것이 그렇지만, 알아본 바에 의하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는 본 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과의 인터뷰 형식의 에세이를 많이 쓴다고 한다. 이런 그녀만의 문학세계를 '목소리 소설'이라고도 한다는데..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글을 통해 전혀지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 와 닿게끔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에 등장하는 2차세계대전을 겪었던 수많은 러시아 여자들의 마음이 와닿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마냥 쉽지 만은 않았지만, 그렇기에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사람도 불쌍하고.. 읽지 않을 사람도 불쌍하고.. 그냥 모두 다 불쌍해..'라는 책 뒷 표지의 한 여인의 이야기가 이 책의 많은 것을 표현해주고 있는 듯 하다. 


누구도 지휘관의 결정을 아이 엄마에게 차마 전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스스로 알아차리더군. 아이를 감싼 포대기를 물속에 담그더니 그대로 한참을 있었어.......... 아기는 더 이상 울지 않았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어......... 우리는 차마 눈을 들 수가 없었어. 눈을 들어 아기 엄마를 마주 대할 수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볼 수도 없었지. 


46쪽..


전쟁터에서는, 말하자면,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이어야해. 그래야만 하지.....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말이야. -중략- 전쟁터에서는 뭔가 하나 정도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붙잡을 필요가 있어. 그래, 뭔가 하나쯤은.. 아직 자신이 사람다울 때, 그 사람 다웠던 모습 중 하나는 기억해둬야해. 나는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고 한낱 회계원에 지나지 않지만.. 그건 알아..


127쪽


그들 중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는 '어쩌자고 나를 그 때 불길에서 끄집어낸거야? 왜 구했어?'라고 소리칠까봐 무서웠죠. 사실 어떤 사람이 기억났거든요. 젋은 중위... 그는 다리가.... 한 쪽 다리는 파편에 맞아 절단했고, 다른 한 쪽도 성치 못했어요.... 내가 그 중위 다리를 싸매줬죠....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중위가 나한테 소리를 쳤어요. '시간 끌지마! 죽여! 죽이라니까..... 명령이다... ' 알겠어요? 나는 바로 그 젊은 중위를 만나게 될까봐 늘 겁이 났어요....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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