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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by 이와.. 2013. 8. 3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8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다산책방

 

2013년.. 21권..

 

역사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나온 역사에 대해서 현재의 사람들이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비하다. 몇년도에 어떠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정도.. 그 외의 대부분의 것들은 남겨진 자료를 통한 역사가들의 해석 혹은 상상력의 결과 이며 그 중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이 우리에겐 정설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쯤되면 이 책을 이야기 하면서 왜 역사를 이야기 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분명 역사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의 이러한 측면을 통해서 한 개인에게 벌어진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대비시켜서 보여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책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노년을 맞이하는 모습을 주인공의 서술로써 다루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노년의 어느 시점에서 어린 시절 발생했던 그 사건을 되새겨보게 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시절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속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이 기억하고 있는 본인에게 벌어졌던 혹은 본인이 행했던 일 조차도 시간이 흐르면 얼마나 왜곡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작되어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떠한 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질 때 원인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를 따지는 건 힘든 일이다. 직접적인 원인을 일으키게 되는 여러가지 간접원인들도 있을테고,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 자체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소설속의 핵심적인 사건에 대해서 어쩌면 아무 관련없는 사람일 수 도 있으며 혹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의 최초 제공자일 수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들도 있다. 베로니카 어머니는 과연 주인공에게 무슨 마음을 품었던 것일까?.. 베로니카 역시 어떠한 시간을 견뎌냈을까.. 애이드리언의 행복은 과연 어떠했던 걸까? 주인공 혼자만 천하태평하게 살아왔던 이야기가 1부에 펼쳐지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해보며 읽을 수 있는 책이고, 1부와 2부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면서도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기에 책을 한번 읽은 후 다시 앞부분을 찾아 읽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런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후세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과거, 조 헌트 영감에게 내가 넉살 좋게 단언한 것과 달리,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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