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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by 이와.. 2013. 8. 16.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 10점
오항녕 지음/너머북스


2013년 18권...


2012년인가.. 광해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을 했었다. 그 영화속에서 광해군은 (영화 설정상 실제 광해가 아닌 다른 인물이긴 했지만..) 백성들을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최근들어 왕자리에서 쫓겨나버린 인물인 광해군에 대해서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이야기하는 시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아이들의 교과서속에서도 광해군은 명과 후금사이에서 실리를 지키고자 했던 뛰어난 외교가, 그리고 대동법 등을 시행하면서 백성들을 생각했던 군주로서 설명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모습들에 대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조선시대에는 분명 인조반정으로 왕에서 쫓겨나, 무능하고, 인정이 없는 인물로써 받아들여지던 광해군을 현 시대에서는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 그의 모습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가장 새롭게 느껴졌던건, 광해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일제식민지 시대에 일본의 학자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었다. 식민사관을 주입하면서 조선의 근대화가 늦어지게 된 이유를 찾아가다가, 그 학자가 인조반정 이후의 조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갔고, 그 이후부터 광해군에 대한 긍정적 시간이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긍정적 시각의 이유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사실들에 대해서 저자는 사료를 기초로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동법 시행을 통해 백성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려 했고, 그것이 결국 기득권세력인 양반들의 반대에 막혀 더 크게 펼치지 못했다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광해 스스로 대동법의 전국적인 시행을 반대했다는 것을 사료를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었던건, 무리한 궁궐증축이었다. 백성들의 민가를 철거하고, 새로이 궁궐을 여기저기 지으면서 기존의 세부담이 배 이상 늘어나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이 사료를 통해 역사가 증명하는 현실이며, 이는 광해군에 대해서 좋게 바라보는 학자들도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여러 옥사들을 통해 자신의 형제들을 죽게 한것도 등장하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당시 시대에서는 어찌보면 종종 볼 수 있던 사실이라 광해만의 흠이라 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광해군의 가장 큰 치적이라 할 수 있는 중립외교에 대해서도 저자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명나라와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 파견한 군대에게 상황을 보고 중립을 지키라고 했지만, 사실상, 그 파병에서 절반 이상의 군대를 잃고, 군을 지휘했던 장수가 후금에 항복하는 사실도 있었다고 하니, 외교에 있어서 정말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중립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이런 사실 하나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당시 여러 정세를 두고, 좋고, 나쁘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문제이긴 하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고나서, 오히려 광해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 대한 의견을 다시 찾아보며 이 책과 비교해 여러가지를 공부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연산군 만한 폭군은 아니었을 지라도, 그렇다고 성군이라고 칭송받을 만한 인물 역시 분명히 아니라는 점이었다. 중립외교에 대해서는 가치중립적으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무리한 궁궐증축으로 인한 백성의 삶이 피폐해졌던 것 만은 분명하며, 이것 만으로도 성군이라 불리기에는 한계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조반정 이후에 인조가 광해보다 더 낫다 못하다를 가지고 인조반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광해군이 살았던 그 시대에 광해군이 나라를 잘 다스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세력이 단순히 권력을 지기 위해 인조반정을 일으켰다고 보기엔 부족한 면들이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자 시절 임진왜란을 겪으며 분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시기에 곧 바로 왕위를 이어 받아 왕의 자리에 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전쟁 이후 선조의 질투?속에 배다른 동생에게 세자자리를 위협받으며 보냈던 십수년의 시절이 없었다면, 만약 그러했다면, 역모에 지나치게 반응하여 갖은 옥사를 그리 일으키지도 않았을지도 모르고, 세자 시절에 보여준 그 리더쉽을 좀 더 펼쳐내지 않았을까?


이 책을 통해서 광해군이란 인물과 그 시대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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