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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감상문

독특한 개성을 갖춘.. 휴먼 코믹 재난 영화. '해운대'

by 이와.. 2009. 9. 9.


해운대가 개봉하기 전 영화 관련 게시판에서 다음과 같을 글을 본적이 있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던 중 해운대 광고가 나오는데, 마지막에 해운대라는 커다란 글자를 보고 관객들이 다 같이 웃어버렸어요." 아마도 이 웃음에는 재난영화의 웅장함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CG 기술력과 연출력에 대한 불신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그런 면을 봤을 때 해운대라는 재난 영화 장르가 시도 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한국 영화계에 있어서 하나의 큰 도전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정도에서 그칠 뿐 무언가 획기적인 것을 보여주진 못 할 것이라고만 여겼다. 엉성한 CG에 진부한 연출력에 억지로 짜내는 감동이 짜집기된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해운대는 여름 관객 몰이에 성공했고, 천만 관객을 돌파할 만큼 사랑을 받았다. 그제서야 해운대가 도대체 어땠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첫번째로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던 첫 시도 치고는 괜찮았던 CG의 시원함을 들 수 있다.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것을 그럴 듯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우면서도 보는 재미를 줬던 것이다.

두번째는 웃음이다. 감독이 본인의 성향을 잃지 않고 주관을 지켜낸 결과일까. 재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웃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해운대에는 코믹 적인 요소가 강하다. 각각의 인물들이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겪게되는 현실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순간은 한편의 코미디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정선을 넘어서서 재난의 상황에서 조차도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해, 쓰나미로 인해 부풀어진 긴장감이 허무하게 탁 풀려버리고 그 후에 다시 곧바로 슬픔과 감동을 유발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 까지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삶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후반부에 밀려 들어오는 쓰나미는 전반부와 중반부 까지 그리 많은 비중을 드러내며 등장하지 않는다. 잠깐 잠깐의 암시만이 주어질 뿐 전반부와 중반부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비중을 든다. 재난을 당하고 그 안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휴머니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재난이 일어나기전 다양한 이야기와 문제를 던져놓고, 쓰나미 이후에 그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나 할까.

쓰나미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 재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닥쳐있던 문제를 해결하게끔 해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각 인물들이 마주하고 있던 각자의 문제와 더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재난과 함께 절정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이 바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 흐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곁다리로 감독의 연출과 더불어 이 모든 것을 잘 표현해낸 배우들의 연기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원, 설경구는 역시나 그들의 이름값을 했고, 오랜만에 보는 김인권은 그 아니면 하기 힘들것 같다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한 듯 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민기 역시 기대 이상의 좋은 모습이었다. 다만 언제나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던 엄정화가 캐릭터의 문제인지 좀 단조롭게 느껴졌다는 것과 무언가 딱딱한 느낌의 박중훈은 이름값에 비해서는 아쉬웠던것 같다.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2009년 여름을 지배해버린 해운대의 쓰나미 물결은 나름 그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형 블럭버스터 쉬리 이후에 한국영화가 한걸음 더 나아갔듯이, 재난영화로서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은 해운대가 있었기에 두번째 걸음이 더 커질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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