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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교단일기

인섭아~ 머리 감자.

by 이와.. 2008. 12. 16.
이제 학기말이고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남은 수업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

좀 더 아이들의 기억에도 남고 보람된 시간이 될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린 것이 진로지도를 조금 해보자는 것이였는데, 그 일환으로 오늘은

직업찾기 낱말퍼즐을 해봤다. 십자퍼즐안에 숨어있는 다양한 직업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거였는데, 나름 경쟁구도가 되면서 애들도 흥미를 가지면서 했던것 같다.

그 이후에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고, 그 이후에 그것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을 했는데, 그 활동을 하기전에

나름 그것을 떠올릴만한 질문들을 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단편적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좀 있었다. 잘 안하던 활동을 해서 그런건가. ^^;; 그래도

생각대로 흥미를 가지고 표현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점심 때 즘에는 몇몇 여자애들이 '선생님, 인섭이 머리에 뭐 하얀게 있어요'라며 법석을

떨어서, 결국 인섭이 머리를 감겨주기로 결심했다.

점심시간이라서 들뜬 인섭이가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오는 순간 바로..

"인섭아~ 머리 감으러 가자"

인섭이는 알아들은건지 뭔지, 일단 가자니 열심히 화장실로 따라왔다.

세면대에서 머리 감기가 쉽진 않았지만, 온수도 나오고 하니, 열심히 컵으로 물을 담아서

인섭이 머리에 뿌려가며 비누칠 해가면서 머리를 감겨줬다. 인섭이는 중간에 비누가 눈에

들어갔는지 다소 발버둥을.. ^^;; 샴푸가 있어서 좀 박박 감겨주면 좋을텐데, 교실에도

비누가 없어서, 세면대에 고정되있는 비누를 내 손에 묻혀서 열심히 비벼 거품 만든 후에

반복해서 머리를 감기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고생하면서 머리 감긴 후에

얼굴까지 깨끗하게 씻겨놓고 나니, 인섭이도 언제 눈이 따가웠냐는 듯 환하게 웃어보였다.

말은 안했어도 어쨌든, 씻고나니 자기도 개운하긴 했나보다. 그 중간 중간에 여자아이들이

인섭이 머리 감는 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 화장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훔쳐보고,

인섭이가 나오자, 인섭이의 촉촉한 머리를 스타일링 해주느라 바쁜 모습을 보였다. ^^

내일은 한 아이가 샴푸를 가지고 온다고 하던데, 기왕 머리 감겨주는거 내일은 샴푸를

활용해서 좀 더 깔끔하게 감겨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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