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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어른들을 위한 도덕책. '배려'

by 이와.. 2008. 1. 23.
배려 - 10점
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 시절에는 중간, 기말 고사 등을 볼 때 전과목 시험을 다 봤었다. 그럴때 마다 가장 100점 받기 쉬웠던 과목은 '도덕'이였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어도 그럴듯 해 보이는 답만 적어넣으면 모두 정답이였으니깐.. 그래서인지, 가장 변별력 없는 과목이 도덕이기도 했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그렇지 못한 아이도 쉽게 점수를 얻었고, 심지어는 성격이 아무리 못 된 아이라도 시험에서 만큼은 쉽게 점수를 얻었던게 도덕이였으니깐..

그런데 우리가 배워왔던 교과서 중 살아가면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과목이 바로 '도덕'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착하게 사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게 되는 현실을 접하게 되고 거기에 좌절하게 되기도 하며, 다른 이의 입장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참된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배우지만, 오히려 그 보다는 자기 몫을 챙겨가면서 큰소리 치며 살아가는게 더 잘나가는 경우도 쉽지 않게 보게 되니 말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배려'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였다. 인지부조화라고 하던가. 잘못 되어진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해서 거짓조차도 진실로 믿게끔 되어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며,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것을 통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진솔하고 재미있게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모든게 '성과지향적'이 되버리고,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돈이 지상제일의 가치가 되버린 세상이여서인지 그로 인한 흉흉한 사건들도 많이 보게 되고 심지어는 아이들에게서 조차 그런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다. 아마도 집에서 부모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거나 그런 각박한 모습이 사회 전체에 퍼져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생각들이 아이들의 동심에 까지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남이 어찌됐건 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채, 눈앞에 보이는 경쟁과 결과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일때가 많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질 때가 많다.

어린시절부터 그런 것들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공명하면서 살아가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본인 역시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치고 행하게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들을 가르칠 자격이나마 있는 것일까?

점점 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배려가 사라져 가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차가워질까? 많은 사람들은 그런 세상에 대해서 상상은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화 되었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위차장 역시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다. 오로지 자신앞에 펼쳐진 길만을 바라보며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온 그였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듯이 그에게데도 절박한 상황이 찾아오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게 버려질뻔한 그에게 인도자가 따스한 손길을 내밀게 되고 그 손길을 따라 위차장은 뒤늦게서야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헤아려가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된다.

이야기 중 그렇게 변해가는 '위'와 반대편 선상에 서있는 사람이 바로 '철혈'이다. 그는 변화할 기회를 찾으려 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길을 보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의 행동을 보면 얼마전 인터넷 상에 누리꾼들이 여러 기사들에 대한 댓글로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식의 농담을 하던 것처럼 과정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질 결과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한번 다시 앞서 이야기 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어린 시절에 도덕책을 통해서 혹은 어른들의 말을 통해서 배워왔던 것.. 결과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보다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위'와 그를 이끄는 '인도자'의 모습이 우리에겐 모범적인 답이라면 책에서는 '철혈'이라는 반면교사를 통해 다시 한번 배려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해주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질 수록 '결과론'의 한쪽으로만 가치관이 치우치기 쉬운 요즘에 어떻게 하라는 교과서적인 훈계가 아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가까운 이야기를 통해서 '배려'는 우리에게 메세지를 건네고 있다. 무작정 남을 생각하고 착하게 살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언급하고 있는 그 세가지 조건. 첫째 스스로를 위해 솔직해지라는 것. 둘째 너와 나를 위해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마지막으로 모두를 위해 통찰력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재미나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배려는 그런 면에서 어른들을 위한 재밌는 도덕책이라 하고 싶다.

물론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이 그러하듯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짜여진 듯 흘러가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만큼 어른들의 시선에 맞추어서 마치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이 되고 있고, 지루하지 않게끔 쉽고 빠르게 어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번 쯤은 꼭 권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책이 필요없어질 그런 세상이 얼른 찾아올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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