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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주절주절

3분의 1..

by 이와.. 2006. 6. 6.
작년 5학년1반.. 제대로 첫 담임을 맡으면서, 시업식날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 중.. 한 아이를 보면서

첫번째로 했던 생각은 참 못되게도 '저 아인 우리반 아니였으면 했는데..'였다.

이미 그 이전해에 그애가 여러 면에서 모자란다는 얘길 들어왔던 터라, 처음부터 그런 못된 생각을 한것이리라.

배변을 제대로 못하고, 표현력도 부족하고.. 전 담임선생님은 그 애를 특수아동에 가깝다고까지 했으니깐..

외모만으로도 다운증후군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2005년 한해를 보내면서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나 그 아이는 여러면에서 기억에 남았다. 모자란 부분들을 고쳐나간것도 많이 있었고, 그 모자란 부분들을 채우는 과정중에는 그 아이의 착한 심성또한 큰 몫을 했기 때문에, 그 과정속에서 그 아이를 더 많이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애 역시 나에게 쉽게 쉽게 다가와서 자신을 표현해줬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아이가 되었다.



이전에 그 아이를 맡아주셨던 선생님도 가끔씩 나에게 '그애 때문에 고생이지'라며 걱정해주셨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만큼 착하고, 어머니를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줬던 그 아이.. 6학년이 되어서도 멀찌감치에서 나를 보면 '선생님~'이러며 인사를 하고, 달려오기도 하고.. 그럼 나도 같이 장난을 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그 아이..



뚱뚱한데다가, 참 심한 평발이여서 교정신발을 신고 다니던 그 애가.. 6학년이 되면서부터 살이 조금씩 빠지길래 참 다행이다 싶었고.. 만날때마다 보기 좋게 살이 빠지는 그 애한테, 선생님 말 듣고 운동 열심히 하나 보네라고 말을 건냈었는데, 운동은 하는거 없다고 하길래 좀 이상하다 싶었었는데..



그 애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부터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어설프게나마 집으로 돌아와 뇌종양에 대해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해봤다. 3분의 1은 살 수 있고..

3분의 1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4~5년의 생존이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아직 어린 아이인데.. 3분의 1의 확률을 믿고 싶다.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다고 하던..

멋진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하던.. 그 아이의 미래를 보고 싶다..

아니 내가 보진 못하더라도, 언제나 그 아이를 떠올릴때면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아이를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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