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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앨범감상문

시소.. OST가 아니지만 정말 OST다운 뜨거운 감자의 음악들..

by 이와.. 2010. 5. 10.

뜨거운 감자 - Sound Track '시 소' - 10점
뜨거운 감자 노래/유니버설(Universal)

뜨거운 감자가 OST 앨범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OST가 아닌 IST란다. 영화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이 아닌 실제 존재하지 않는 영화를 가상으로 상상하여 만들어진 Imaginary Sound Track란다. 그럼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뭐가 되는걸까? 존재 하지 않는 가상의 영화의 뮤직비디오 혹은 예고편이 되는걸까?

없는 영화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사운드트랙은 도대체 어떤 음악들로 채워져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음악을 열심히 들어봤다. 우선 앨범의 메인테마이자 첫번째 타이틀이며 이 앨범의 제목인 '시소'부터 알아봐야 겠다.

이 제목에는 아마도 중의적인 표현일 것이다. 앨범 쟈켓에도 나와있듯, SEE, SAW라는 영어 단어의 합성어로서 함께 바라보는 연인이 이제 그걸 과거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나타내는 의미와 연인사이에서 서로 감정을 주고 받음에 있어서의 사랑의 크기 혹은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남녀 사이의 균형을 본 영화 혹은 앨범에서는 놀이터의 놀이기구인 시소에 빗대어 표현한 듯 하다. 실제로 7번 트랙인 W Theme에서 여주인공이자 배두나의 나래이션으로 남녀 사이에 누가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첫번째 트랙인 시소 역시 약간의 긴장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 반복되는 짧은 전자음 및 드럼소리와 아슬아슬하게 들려오는 현악기의 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서로 다른 남녀의 어우러짐을 표현하는 듯 하다.

이어지는 '진취적인 그녀'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 남녀의 상황을 잘 드러내는 곡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온 그녀와 그에 대해서 고민하는 남자의 마음이 잘 살아나있는 재밌는 곡이다. 그리고, 본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고백'은 뜨거운 감자의 노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밝고 참 이쁘장한 곡이다. 마음을 간질이는 듯한 가사와 경쾌한 기타소리에 어우러지는 김C의 보컬이 이렇게도 상쾌할 수 있나 싶은 생각 마저 들 정도다.

앨범의 초반은 이렇듯, 두 연인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면, 앨범의 중간 쯤 부터는 이제 두 연인에게 어떠한 갈등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별을 암시하는 곡들이 들려온다. 대표적으로는 1번 트랙과 같은 제목이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인 '시소'가 그러하다. 이번 앨범의 밝은 분위기의 대표곡이 '고백'이라면, 그 반대편에는 '시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계절이 여름이 아닌 가을, 겨울 이었다면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연인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을 알게 해주는 배두나의 독백이 들어간 9번째 트랙 'Clock Quartet'.. 그런데, 독백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듯한 이어지는 연주는 뮤직비디오 등에서 보여진 내용처럼 정해진 시간동안만 사랑하기로 했던 그들에게 잔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는 듯 해서 냉정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짧은 마지막 트랙 'Passing Over The Rainbow'. 본 영화의 결말이 어떨지 생각하게끔 해줘야 할텐데, 참 애매모호한 느낌이다. 영화로 따지면 열린 결말 같은 느낌이랄까. 남겨진 사람 혹은 듣는 이가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말을 어떻게 지을지를 상상하게끔 하는 밝은 듯 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의 곡이다.

실제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라면 10곡이라는 것이 참 적은 곡수이겠지만, 오히려 실제 영화가 없기 때문에 몇몇 사운드 트랙을 들을 때 '어, 이 영화에 이런 음악도 나왔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곡들이 없이 영화의 줄거리를 알 수 있게끔 해주는 곡들로만 알차게 채워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좀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가 없는 사운드트랙이지만, 최근 그 어느 영화의 사운드트랙보다 영화를 생각하면서 감상하게 됐었다.

참신한 시도였고, 뜨거운 감자의 그 시도는 참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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