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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에쿠니 가오리 단편 모음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by 이와.. 2009. 8. 3.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 6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소담출판사

얼마전에 서평을 올렸던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장편 소설의 뒷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홍보문구로 인해서 오랜만에 찾아 읽게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그 홍보문구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는'의 후속 장편소설인줄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단편 모음집이었고, 그 중에 1편이 후속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착각을 할 수 있을테니, '반짝반짝 빛나는'과 연관지어서 이 책을 구입할 생각이었던 분들은 참고하시길..

물론 그렇다고 구입한걸 후회하느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생각과 달라서 좀 당황했다는 것일 뿐, 단편 중에서도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의 비중이 꽤 많은 편인데다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들 역시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단편집은 개인적인 기호와 조금 안맞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약간 불편하게 읽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원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 조금은 특이한 아니 꽤나 특이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가 많고, 그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매력이 있는 편이어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이상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 중에서 이해한다면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기는 싫은 내용들을 다룬 단편이 있어서 조금 불편했다. 제목을 적어두는게 나으려나. 이건 객관적인 평이 아닌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니깐..

'재난의 전말'과 '녹신녹신' 같은 작품이었는데, 약간은 아멜리 노통브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느낌이 그녀와 결합한 듯한 작품이랄까. 그 세명 다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그 세가지 느낌의 공존이 왠지 불편했다. 나머지 여러 작품들은 내 기호에도 잘 맞아서 읽기 좋았는데, 첫번째로 수록된 '러브 미 텐더'같은 경우는 짧으면서도 포근한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 작품이 가장 그녀 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따뜻한 사랑이야기 여서 그럴까.

여하튼, 이런 식으로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9개 정도 실려있으며,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기존 에쿠니 가오리의 팬들이라면 대부분 또 다시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책이 이번에 이렇게 묶여서 나온 것일뿐, 대부분 그녀의 데뷔 초기작들인데, 책의 맨 뒤에 수록된 작품별 연도를 보다보면 그녀의 작품속 이야기들의 주제가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도 왠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그런면에서 한 작가가 이야기 해오던 주제나 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조금씩 변해왔는지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작은 장점이기도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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