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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사방의 적에게 둘러싸인 인간 이순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칼의 노래'

by 이와.. 2009. 5. 28.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조선시대의 한 실학자가 이순신이야 말로 영국의 무적함대를 이끈 넬슨 제독보다 더 위대한 수군 제독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넬슨 역시 훌륭한 제독이었지만, 그와 비슷한 점이 많았던 이순신이 더 뛰어났던 점은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식량 지원도 원할하지 못해 농사 역시 신경써야 했으며, 당시의 왕인 선조는 전쟁에 대한 현실감각을 갖지 못한체 이순신을 벌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니 말이다.

칼의 노래는 그런 이순신의 상황을 난중일기와 그밖의 여러 문헌들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책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왜군이라는 이름의 적. 조선을 돕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천병이라며 거들먹 거리고 전쟁의 종지부 보다는 그들의 실속을 차리기 위해 안달이 나있는 명나라 군병이라는 이름의 적.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장수와 병사들의 실상은 인식하지 못한 체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이순신의 목을 뒤에서 노려보던 조선의 조정이라는 이름의 적.

그 사방의 적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기 위해 인간 이순신이 고민했었을 그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함을 넘어서 진중한 역사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 고뇌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이순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었다.

사람이란 자고로 무엇을 지키고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기에 포장된 위인전보다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극적으로 느껴지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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