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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애착

by 이와.. 2006. 2. 11.
물건에 애착을 갖는다는건 좋은일일까? 아님 단순히 그로 인해 여러 물건들을 계속해서 쌓아두게 되므로써 번거로움만 만드는 쓸데없는 일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런 애착은 하나의 고집인것 같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대방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그야말로 바보같고 쓸데없는 고집으로 치부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때 쯤이였는지, 아니면 대학초년생이였을때 였는지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날 저녁 집에 돌아왔을때 문득 난 내 방에 있어야 할 낡은 알람시계가 없어진걸 깨달았다. 부모님의 말을 빌리자면 그 시계는 내가 아주 어렸을적 길거리에서 주어온걸 아버지께서 고쳐주셨고,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사용해 오는거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기억대신 내가 기억하는 기억만을 떠올리자면, 어찌되었건 그 시계는 어린시절부터 우리집에 있었다는것과 그 시계를 통해서 바늘시계보는 법을 내가 익혔다는 것 정도이다. 그런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언젠가부터 그 시계가 굉장히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되버렸다. 그래서 그 시계의 겉면에 마치 이끼처럼 얇게 저며져 있는 낡은 때도 벗기고, 오래된 테잎으로 둘러싸여있던 부분도 새 테잎으로 갈아 붙여가며 애지중지 하고 있었는데, 그 시계가 문득 사라져버린 것이다.



집안을 구석구석 뒤져도 나오지 않아, 어머니에게 그 시계의 행방에 대해서 물어보게 됐는데, 그때 어머니 입에서 나온 낡아서 버렸다는 그 말은 나를 경악시키기엔 충분했다. 순간적으로 흥분해버린 난 아버지, 어머니가 다 계시는 와중에 그 앞에서 '어떻게 그 시계를 버릴 수가 있어요!'라고 소리를 질렀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내방으로 들어와 펑펑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울었던게 기억이 난다.



이 경우는 물건에 대한 내 애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경우였고, 최근의 그런 경우를 생각해보자면 핸드폰기기를 바꿨던 일이 떠오른다. 이전 기기가 좀 고장을 일으켜서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러 매장을 찾아갔는데, 매장 직원이 보상판매가 되니, 이전 기기를 주면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선금6만원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6만원이라, 남들이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난 거절했다. 그동안 핸드폰에 정이 들었다는것도 그렇고, 핸드폰에 붙여놓은 스티커가 남의 손에 넘어가서 뜯겨지는걸 바라보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이런 경우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그런 물건들이 있다. 남들에겐 아주 하찮을지 몰라도 본인에게는 그 물건과 자신이 추억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물건이 말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좀 더 심해서 위에 말했듯 집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몇만원을 그냥 날려버리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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