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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짧은서평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만들어진다.. '피를 마시는 새'

by 이와.. 2008. 6. 6.
피를 마시는 새 1 - 10점
이영도 지음/황금가지

이전 작품인 '눈을 마시는 새'를 읽으며 한국형 환타지의 걸작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를 읽으면서 그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

긴 삶을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케이건드라카와 새로운 북부의 왕이된 사모페이, 그녀를 지키던 뇌룡공 륜과 마지막 용이였던 아스화리탈, 새로운 개척지를 가져다준 티나한과 평화로운 조력자인 도깨비 비형 스라블. 그리고 대확장 전쟁에서 끊임없는 무용을 떨친 괄하이드 규리하와 라수규리하의 시대였던 '눈물을 마시는 새'로부터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부터 이야기는 새로이 시작된다.

영웅들이 넘쳐났던 그 특별한 시대에서 50여년의 시간이 흐른후 이전의 많은 영웅들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만 남아있게되고 신의 힘이 전쟁에 활용되던 그 시기로부터 이제 세상은 왕이 다스리는 시대가 아닌 그 왕의 후계자인 원시제를 통해 제국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제국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죄'를 통제하기 위한 원시제의 사후계획이 시작되고, 그리고 그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그에 대해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전 시대의 인물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기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피를 마시는 새를 읽으면서 이야기속의 역사의 흐름을 느끼게 됐다. 새로운 시대에서 제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엘시 에더리'와 황제를 사냥하려는 '지멘'과 '아실'. 인간이면서 도깨비를 닮은 듯한 꿈꾸는 '정우'. 그리고 원시제의 뒤를 이어 제국을 통치하는 '치천제' 등.. 길고 긴 이야기가 짜임새있게 그리고 이야기가 흐를수록 단편적인 사실들이 하나의 퍼즐이 맞추어지듯 다 짜맞추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이후엔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을 때에도 그랬지만, '피를 마시는 새'역시 한번 읽고 덮어둘 그저그런 오락용 판타지 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 이 작품이 영화화 되어, 반지의 제왕처럼 등장한다면 그야말로 감격적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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