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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앨범감상문

서태지 Quiet night

by 이와.. 2014. 10. 31.




서태지의 5년만의 신보.. 5년이나 됐었나..?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에 나에겐 그야말로 히어로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 그랬던 시절에서 참 많은게 변해가는 혹은 변해버린 요즘인것 같다. 그 5년이란 시간 동안 서태지에게도 대중들에게 알려진 여러 일들(좋은 일과 나쁜 일을 다 포함하여..)이 있었고, 이번 앨범은 그런 서태지의 변화와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지는 상황의 변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첫곡은 Into.. intro가 아니라 into라고 되어있다. 서태지의 말처럼 이번 앨범의 컨셉이 동화라 하던데.. 이 곡을 들으면 마치 어딘가 낯선 장소에 떨어져서 수풀을 헤치고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난다. 


이어지는 두번째 곡은 소격동. 아이유 버전으로 먼저 공개가 된 후 서태지 버전이 정식 앨범이 실려있다. 아이유가 불렀을 때는 좀 더 애잔함.. 쓸쓸함이 묻어 났던 것 같은데.. 서태지 버전은 그 보다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서태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그 공간에 대한 추억 때문이려나. 앨범의 노래 중 가장 먼저 공개 했던 만큼 이전 서태지의 솔로 앨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곡이다. 원래 감성적인 곡을 하긴 했었는데, 전자음과 밴드의 연주랑 어울리는 보컬의 음색이 주는 조화가 독특하게 느껴진다. 아이유 버전에 비하면 보컬과 연주가 좀 더 어울리긴 하지만..(그런 면에선 오히려 아이유 버전이 소격동의 이질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살려내는 것 같다. )


세번째 곡은 앨범의 타이틀 곡인 Christmalo.win .. 한마디로 타이틀 곡 답다. 티저에 나온 잠깐의 사운드를 듣고 오!! 이거 뭐야!! 이랬는데.. 밴드버전 뮤비 보면서 야! 이걸 다 밴드 라이브로 만드는거야! 라는 생각에 감탄하고.. 시네마 뮤비 보면서 가사까지 음미 하니 이래저래 생각할 것도 많고.. 듣는 재미도 충분했던 개성 넘치는 곡이었다. 앨범의 타이틀곡이라는 건 단순히 노래가 좋다는 것을 떠나서 그 앨범의 전체적인 색을 보여주고 중심을 잡아준다고 했을 때 정말 딱 어울리는 곡. 장르도 사람마다 굉장히 다양하게 불리워지던데.. 정말 딱 서태지의 개성이 묻어나는 곡이었다. 


8집부터 자기만의 사운드나 멜로디를 찾는데 집중하는 것 같았는데.. 그 결과물의 좋은 사례인 듯하다. 


네번째 곡은 숲 속의 파이터.. 동화를 컨셉으로 하는 앨범에 딱 어울리는 귀여운 곡이다. 서태지의 보컬이 너무 묻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 곡이 또 듣다보니 그렇게 부르는게 딱 어울리다고 설득당하게 된다. 얼마전 슈스케 서태지 미션에서 오히려 서태지 노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불렀을 때 느낌 살리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됐듯이, 그의 의도가 잘 녹아난 재밌는 곡이었다. 


이어지는 Prison Break는 신나면서 무난한 곡같다. 이 곡과 바로 다음 곡인 90's ICON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현실적인? 곡이다. 갇힌 현실에서 벗어나보자는 이야기와 90년대 전성기를 살아왔던 서태지의 자기 고백을 담고 있기 때문인데, 90's ICON은 얼마전 세상을 먼저 떠난 신해철과 같이 녹음한 버전도 있다고 하니 차후에 나올 그 음원이 참으로 기대된다. 이들과 함께 90년대를 겪어오고, 지금은 직장인이 된 입장에서 두 곡은 나의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다음 곡인 '잃어버린'은 들으면서 7집의 live wire가 떠올랐다. 그 보다는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곡이지만, 훅으로 들어갈 때면 딱 라이브 와이어 처럼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노래다. 


이어지는 곡은 '비록' 이 곳은 서태지가 팬들에게 건네는 편지라 해야하겠다. 오랜 시간 그를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좀 더 뭉클하게 들을 수 있도록 진솔한 가사로 쓰여진 곡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곡들이 전자음과 밴드의 연주에 보컬이 살짝 곁들여지는 느낌이라면 이 곡은 서태지의 목소리가 좀 더 전면으로 나와있고, 나머지 것들이 그 뒤를 bgm처럼 받쳐주고 있다. 이 곡을 들으니 더욱 더 오랜시간을 더 많은 시대를 그의 음악과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지막 곡은 '성탄절의 기적'. 처음엔 이 곡에서 서태지의 창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끌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근데, 사람이란게 참 자기 합리화가 뛰어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듣다보니 이 노래의 감성을 받아들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아마 둘다? ^^)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딱 어울리는 곡이다. 자신의 딸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요처럼 만들고 싶었다는데, 절대 동요 같지는 않지만, 그만한 감성이 뚝뚝 묻어나오는 곡이다. 동화책 다 읽고 눈이 감기는 아이 옆에서 조용히 이 노래를 불러주는 아빠의 모습이 상상 되기도 하고.. 


이번 9집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7집과 8집이 분위기가 요소 요소 섞여있는 발전형 같다. 전자음을 다루는 방식은 이미 8집의 휴먼드림 같은 곡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보였었는데, 그 부분의 활용이 더 강화가 된 것 같고.. 소격동 같은 곡은 7집의 10월4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것 보다 더 돋보이는 건 이 앨범이 기존의 앨범에 비해서 좀 더 서태지 개인에 대한 색이 잘 묻어나온다는 점 때문에 좀 더 빠져듣게 된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많이 떠올렸던 것이 '감성'이었는데.. 일렉트로닉.. 하우스..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의 혼합과 변주 섞인 음악과는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 같지만.. 정말 딱 감성적인 앨범이다. 


한줄평 : 5년만에 만난 그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음악이 참 반갑다. 


서태지 - 정규 9집 Quiet Night - 10점
서태지 노래/서태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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