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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음악을 듣는 이유에 대한 단상

by 이와.. 2006. 2. 11.
난 mp3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앨범으로 구하기 힘든 노래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찾아 듣곤 하지만, 보통은 정식앨범을 사서 음악을 듣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mp3가 불법이라던가, 가요계를 살려보겠다던가 하는 나름대로의 정의감이 전혀 없는것 아니지만, 그보다는 한 뮤지션이 발표한 각각의 앨범은 보호받고 존중받아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장의 앨범케이스와 CD쟈켓, 디자인, 그리고 그안에 담긴 음악까지 이 모든것들에 그 뮤지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담겨있는 하나의 작품이기에 당연히 정품을 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에게 앨범을 구입해서 음악을 들어라 라는 식으로 강요하진 않는다. 권유 조차도 하지 않는다. 어떤식으로든 이 노래 괜찮으니깐 들어봐라 라는 정도의 추천은 하지만..

여하튼, 이런 이유로 앨범을 구입해서 들을때 난 다음과 같은 순서에 따라 행동을 하곤한다. 첫번째는 일단 CD쟈켓이나 가사집을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찾는건 주로 마지막장에 나와있는 그 뮤지션의 thanks to 등의 코멘트.. 그걸 읽으면서 이 뮤지션이 이 앨범을 만들었을때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해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까지 정성들여 쓴게 아니라 여러 명의 고마웠던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정도의 코멘트라도 읽게되면 '아! 이 사람이 이 사람하고 친했구나..' 등의 새로운 사실을 알수 있어서 그런 재미로라도 그 부분을 즐겨 읽게 된다. 물론 종종 그런 코멘트 조차 전혀 없는 앨범을 접하게 되면 난감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 후에는 쟈켓디자인 등을 살펴보며, 앨범의 대략적인 색깔을 짐작해보곤 한다. 그렇다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듯이 공들여서 감상하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빠르게 훑어보는 정도랄까.. 그후에서야 CD를 직접 들어보게 되는데.. 이때 체력적인, 시간적인 여유가 다 함께 한다면.. 가사집을 펼쳐보며 들려오는 노래와 함께 가사를 음미한다. 그리고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할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절대 무작위순서대로 플레이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곡들의 순서가 그대로 이어지게끔 듣는다는 것이다. 각 곡의 배치 역시 앨범을 제작할 당시 그 뮤지션의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동안 앨범을 듣다보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마음이 담겨있는 앨범을 만나게 되곤한다. 어느 특정 한곡이 뛰어나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앨범도 좋긴 하겠지만, 그런 곡들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곡들이 하나의 앨범으로서 무언가를 느끼게끔 해주는 앨범을 찾게 되는 거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던 앨범의 디자인까지도 음악과 매치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는 앨범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앨범에는 꼭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묻혀버리고 마는 나만의 명곡을 발견하게 될때가 참 많다. 그리고 이런 앨범을 들을때면 간접적이나마 이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과 내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듯한 기분이 든다. 멋진일이 아닐까? 굳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이렇게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게.. 그렇기 때문에 꽤나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CD를 구입하고 계속해서 음악을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방안 진열장에 가득히 들어서있는 앨범들을 볼때면, 먼훗날-만약 나에게도 자식이 생긴다면- 내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음악들을 들려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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