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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감상문

써커펀치..

by 이와.. 2011. 8. 15.

[블루레이] 써커펀치 - 4점
잭 스나이더 감독, 바네사 허진스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몇해전에 300이란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영화의 분위기를 초현실적으로 살려내는 영상과 속도 조절을 통해 액션의 극적인 면을 부각해내는 매력에 빠졌었다. 그런 식의 연출이 300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건 아니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이렇게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작품이었기에 분명 300은 액션 영화에서 기억될 만한 작품이다.

그런 300의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새로이 들고 나온 써커펀치. 영화 개봉 당시에도 300을 홍보문구에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본 영화를 알릴고 애썼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광고 때문에 300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번엔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에 잭 스나이더는 300에서의 매력을 잃어버린 결과물을 내놓고 말았다. 아무리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이 매력적이고 자극적이더라도 이야기에 힘이 없으면 어떤 영화도 관객들을 당길 수 없는데, 써커펀치는 바로 그런 영화가 되버렸다. 겉은 화려하다. 이쁘장한 여자들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 과정 중 중요한 순간들은 SF나 판타지 세계속에서의 전투장면으로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극적인 향에 계속 노출되면 나중엔 냄새를 맡을 수 없듯이,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 더 이상 액션 장면에서 긴박감이나 새로움을 느끼기는 힘들다. 이때 그걸 잡아줘야 할 스토리에도 힘이 없으니 사실상 지루한 영화가 되버리고 만다.

사실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세상속에서의 액션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냥 현실속에서의 이야기와 과정으로만 쭉 치밀하게 묘사해나가는 것이 더 영화를 살렸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워야 될 그런 연출이 오히려, 그런 단순하고 자극적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줄거리가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일테니깐...

아니 사실 줄거리야 어찌됐건 그런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본 영화가 만들어졌다면(최근에 극장에 개봉했던 퀵처럼 줄거리는 산으로 가더라도 보여주는 재미가 충분히 살아나는 작품들도 있으니..), 그 영상 자체가 주는 매력이 컸어야 하는데, 오히려 상투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 영상은 300처럼 독특해보이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지만, 그 안에 담긴 배우들의 액션은 전혀 새롭지가 않다. 그 어느 장면에서도 매트릭스의 트리니티가 보여줬던 액션 만큼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선가 봤던 그러면서도 여배우들이기에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액션이 이어진다고나 할까?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은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처음엔 그럴듯하게 분위기 잡다가, 중간을 넘어가면서 '그냥 액션을 즐겨'라고 막 강조하는 듯 싶더니만, 마지막에 가서 오락영화 답지 않게 마감을 해버리니 좀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최악이라고 평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기대치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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